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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석조 조각가 이진아의 ‘Dreaming Stone’ 조각전

2016년 11월 8일

Jina_Lee“태초의 돌에 숨결을 불어넣다.”

프리멘틀 베이더스 비치(Bathers Beach) 근처에는 퍼스의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베이더스예술구역’(Bathers Beach Art Precint)이 있다.
프리멘틀 시티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인 예술가, 이진아 작가의 조각전이 열리고 있는 J Shed를 찾아가 보았다.

어떻게 퍼스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퍼스에 처음 온 건 아마 2013년도쯤이었을 거예요.

2009년도에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큐레이터 생활을 하다가 2011년쯤 에보리진 미술이 발달한 곳이라는 얘기를 듣고 엘리스 스프링스에서 지내면서 에보리진 아티스트 분들 작업하는 것도 보고, 여행도 하고 제 작업도 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때 여행하다가 만난 폴란드 출신 호주 남자가 바로 이곳 퍼스에 살고 있었어요.

저는 여행 마치고 한국에 갔다가 2012년에 아티스트 레지덴셜 프로그램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지내면서 작업하게 되었고, 그 친구와 서로 퍼스와 인도네시아를 오고 가며 교제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퍼스와 친숙해졌어요.

하지만 그때까지도 저는 제가 인도네시아에 쭉 살 줄 알았어요. 작업할 여건도 좋았고, 예술 쪽으로 기반을 잡은 친구도 먼저 살고 있었거든요. 이렇게 퍼스에 정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렇게 교제하던 폴란드인 친구와 다음달에 결혼을 앞두고 있어요.

특별히 석조 조각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돌 조각을 시작한 계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단지 제가 미술하면서 다른 재료들로도 여러 작업을 해봤지만 결국은 돌로 돌아오게 되더라는 것?

돌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이 살기 전부터 있었던 지구의 한 조각이었던 거잖아요. 태초부터 있었던 그 작은 지구를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제가 발견을 해서 제 나름대로 깎아서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저는 좋았던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면 할수록 ‘와 이게 돌의 매력이구나’ 순간순간 깨닫는 것 같아요.

완성하고 나서도 이것은 여전히 돌이잖아요. 이게 또 얼마나 이곳에 있을까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변하지 않는다는 게 제일 큰 매력인것 같아요. 딱히 일부러 망치 같은 것으로 부수지 않는 이상 돌조각은 그 상태로 계속 있거든요. 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제 작품은 돌로서 이 지구에 계속 있겠지 생각하면 신비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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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어떤 돌로 작업을 하세요?

한국에서는 대리석으로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호주에는 화강석이나 사암이 많은 편이라 자연스럽게 화강석과 사암 작업이 많아졌어요. 제가 대리석으로 작업해야겠다 생각이 들 때는 따로 수입을 하구요.

이번 전시에서는 감사하게도 북쪽에 화강석과 사암 광산을 가지고 있는 로컬 컴퍼니에서 모든 재료를 후원해주셨어요. 화강석의 경우 가장 단단한 돌이고, 사암은 모래로 이뤄진 돌이라 작업하기에도 아주 부드럽죠.

홈페이지에 올라온 작업 사진을 보니 작업하는 모습이 생각보다 굉장히 거칠어 보이던데요. 공업용 마스크에 커다란 헤드폰 같은 귀마개를 하고 전기톱을 잡고, 돌가루가 뽀얗게 내려 앉은 높고 위태로워 보이는 받침대 위에 서서 작업하는 모습이 마치 ‘공사 노동자’같은 느낌이었어요. 돌 조각 작업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체력 소모가 많은 작업이죠. 특히 조형물로 요청을 받은 경우 데드라인이 있거나 하면 매일 주말도 없이 풀타임으로 작업해야 할 때가 있는데 몸이 너무 피곤한 상태로 하면 톱날이 워낙 날카로워서 다칠 위험도 있어요. 전기톱으로 딱딱한 돌을 계속 깎아내는 작업이다 보니 진동이 정말 많거든요.

한번은 팔을 거의 못 쓸 정도로 어깨쪽 신경이 눌리고 하는데도 데드라인 날짜가 얼마 안 남아서 울면서 작업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 뒤로는 좀 더 여유를 두고 쉬엄쉬엄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돌 조각은 무엇보다 체력관리가 정말 중요해요. 잘 챙겨먹고 운동도 꾸준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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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Dreaming Stone’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지금 전시된 작품들을 보시면 메인이 되는 돌 위에 작은 돌이 한 두 개씩 더 얹어져 있거나, 구멍 안에 작은 돌이 들어가 있는 것 들이 보이실 거예요.

우리가 산에 올라가면 돌을 얹어 소원을 비는 소원 돌탑 같은 것을 쉽게 볼 수 있죠? 저는 그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나라에도 많더라구요. 돌을 쌓으며 소원을 비는 게 인류가 함께 공유하는 행위인가 봐요.

이번 전시에서는 사람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꿈’을 공통된 주제로 두고 작업을 했어요.

작품마다 밑에 커다랗고 투박한 돌을 받침대로 쓰고 있는 게 인상적인데요. 보통 다른 전시에서도 이렇게 설치를 하는 편인가요?

작품 아래 받쳐져 있는 블록들이 다 그 작품의 재료였던 블록들이에요.

만약 다른 갤러리에서 한다면 이렇게 전시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이 무겁고 커다란 블록을 옮기는 문제도 있고요. 이번에는 전시장 바로 옆이 작업장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두니까 보시는 분들도 작품이 되기 전에 원래 어떤 돌이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만져볼 수도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바닥 주위에 둥글게 쌓아둔 돌들도 제가 작업하면서 쳐낸 돌들이에요.

호주 청소년들은 working experience 같은 걸 하고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그런 게 있나 보더라구요? 얼마 전에 학교에서 공문도 오고, 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자기가 돌 조각쪽으로 전공 들어가기 전에 체험학습을 하고 싶다고 해서 다음주부터 그 친구들이 오기로 했어요.

그래서 전시장 한 켠에 돌조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해요. 그 친구들 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와서 해볼 수 있도록이요.

예술가에게 있어서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호주는 확실히 예술가들에게 기회가 많은 곳인 것 같아요. 한국은 예술 전공으로 졸업한 사람들은 워낙 많은데 지원 프로그램 등의 기회 같은 것은 한정된 반면에 이곳은 그와 반대니까요.

특히 퍼스는 신진 작가들에게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정부에서도 지원이 많은 편이고, 야외조각전 같은 것도 정기적으로 많이 열리고요.

작년 3월에 코테슬로 비치에서 열렸던 야외 조각전에서 제가 신인상을 수상했었어요. 그 때 받은 상금 10만불로 일본에도 다녀올 수 있었어요. 그 곳에서 새로운 스킬도 많이 배워 왔어요. 그 만큼 이곳이 기회가 많아요.

예술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다른 것 같기도 해요. 한국에서 전시를 할 때는 갤러리나 실내에만 국한된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이 일부러 가야만 작품을 접할 수 있거나 그랬거든요. 여기서는 가족들과 해변에 놀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하기도 하고 예술과 일상생활이 아주 가까운 느낌이에요.

저는 야외조각전이 정말 좋아요.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 정말 관심 있는 사람들만 오잖아요. 여기서는 어린이들도 소풍오듯이 왔다가 작품도 만져보고 부모님과 자연스럽게 작품에 대한 대화도 나누는 걸 보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퍼스 곳곳에 저의 작품들이 있어요. 작년에 멜빌 시빅 센터에서 조형물 요청이 들어와서 작업한 것이 있는데 그 작품은 지금도 멜빌에 가시면 보실수 있어요. 시빅 센터 건물 앞 야외에 전시되어 있으니 가까이 사시는 분들은 아이들과 함께 가서 직접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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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a Lee Sculpture <Dreaming Stone>
전시 기간 : 10/29~11/12
전시 장소 : Greg James Sculpture Gallery (J shed, Fleet St, Fremantle, WA)
전시장 전화번호 : 08 9335 5857

www.jinaleearts.com
www.facebook.com/jinaleearts

취재/사진 | 최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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