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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잘하고 있어! : 철부지 동갑내기 부부의 이민 도전기 – 1

  • State: WA
  • 작성자 이름: 김사랑
  • Listed: 2016년 10월 13일 오후 1:28
  • 마감: 261 days, 18 시

내용

처음 퍼스 땅을 밟았을 때만 해도 우리에게 이민은 먼 이야기와도 같았다. 애초에 원대한 포부 혹은 뚜렷한 목적보다는 큰 세상에 나가서 한번 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개념으로 출발했던 호주 워킹 홀리데이였다. 나에게 사실 도피성과 같은 느낌도 있었다. 먼 곳으로 가 내 자신을 다시 세팅하고 새로이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남편은 요리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요리로 진로를 정했고 한국에서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요리사의 길을 걷고 있다 직장문제로 슬럼프를 겪게 되었고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하다 느껴 나와 함께 호주 행을 택했다. 앞서 밝혔듯 어떠한 목적보다도 경험이 우선한 호주 행이었기에 일단 생활을 위해 공부보다는 일을 선택했고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빨리 일을 구했다. 나는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남편은 호텔주방의 키친핸드로 나름 시티에 사는 ‘워홀러’로 성공적인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우연히 프렌치 레스토랑에 쉐프가 필요하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고 이거다 싶어 남편 몰래 그 레스토랑에 남편의 레쥬메를 보냈다. 지금에 와서도 정확히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무조건 연락이 올 것 같은 감이 왔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바로 연락이 왔고 남편은 그곳에서 면접, 1시간 정도의 트라이얼을 한 후에 채용이 되었다. 우리는 그 어떤 것보다 기뻐했고 축하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우리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될 만한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 도리가 없었다.

사실 남편은 요리에 대한 큰 열정은 없었다. 남편에게 요리란 그냥 흔하고 일상적인 일이었다. 큰 목표도 철학도 없었다. 공부에 흥미 없었던 남편은 기술이라도 배워야겠다 싶어서 요리학과를 선택했다. 그때야 아무것도 몰랐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면, 큰 강물에 휩쓸려 떠다니는 나뭇잎처럼 남편은 자연스럽게 운명이라 불리는 바다로 흘러가게 되었던 것 같다.

요리가 익숙한 환경에서 태어나 결국 요리를 공부하게 되고 직업으로 삼게 되고 하필이면 요리사가 부족한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게 되고, 하필 한국인이 해드 쉐프로 있는 레스토랑에 우연히 사람이 필요했고 얼떨결에 일하게 되는 행운까지…….

사실 남편은 그 어떤 선택도 하지 않았다. 그냥 운명이 이끌리는 대로 따랐을 뿐이다. 열심히 요리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지만, 우리의 경우는 이랬을 뿐이라고 그대로 설명해주고 싶을 뿐이다. 거대한 수레바퀴의 톱니들이 맞물려 돌아가듯이, 운과 때가 맞아 떨어졌고 그 안에는 수많은 우연이라는 나사가 빼곡히 조여있을 뿐이다.

처음 접해보는 프랑스 음식과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남편은 곧잘 적응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편은 처음으로 요리에 대한 강한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평소 말수가 적은 남편은 무슨 이유인지 레스토랑에서 일을 끝내고 오면 눈을 반짝이며 이름도 생소할 요리 이름을 줄줄이 얘기하고 어떻게 만드는지도 신나게 설명했다. 제대로 된 영어단어도 잘 모르던 사람이 요리에 관련해서는 막힘이 없어졌다. 신기하면서도 전에 본 적 없는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일단은 좋아 보였다. 깔끔하고 빠른 손놀림에 더불어 성실함과 꾸준함, 인내심이 강한 남편은 금세 해드 쉐프와 레스토랑 오너에게 인정받기 시작했고 몇 달 후 남편에게 스폰서십을 제안했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이민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남편은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사실 그때의 나 또한 이민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연인을 떠나 오랜 친구와도 같은 남편에게는 다시 없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기회를 잡으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쉽사리 그 어떤 것도 남편을 설득하지 못했고 늘 돌아오는 대답은 NO였다. 하지만 남편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보다 호주에서 요리사가 경쟁력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고 결국 YES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 도전에 나도 함께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애초에 나를 믿고 먼 나라까지 따라온 터라 쉽사리 거절 못했고 일단은 OK했다.

우리가 목표한 비자는 RSMS라는 비자였고 경력, 학력, 스폰서가 마련된 남편에겐 딱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다. 바로 영어점수였다. 호주에서 RSMS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IELTS band 6.0이라는 점수가 필요하다. (IELTS는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총 4과목으로 구성된 영어 능력 시험으로, 밴드 6점이란 모든 과목에서 6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얻을 수 있는 점수이다)

영어와 담쌓고 살았던 지난 세월이 후회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을 믿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기꺼이 평생 잡아보지 않았던 공부의 끈을 잡아보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우리는 ‘영주권 도전!’이라고 쓰여진 버튼을 눌렀다. 그 이후에 있을 길고도 긴, 답 없는 여정이 있을 거라고 우리 둘 중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글| 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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