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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잘하고 있어! : 철부지 동갑내기 부부의 이민 도전기 – 2

  • State: WA
  • 작성자 이름: 김사랑
  • Listed: 2016년 10월 29일 오전 12:23
  • 마감: 68 days, 21 시

내용

나와 남편은 성격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지만 딱하나 비슷한 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지나치리만큼 천하 태평하다는 점이다. 그러한 태도를 좋게 생각하면 ‘낙천적이다’, ‘긍정적이다’라고 판단 할 수 있겠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철저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 헤매기 일쑤라는 점일 것이다. 어째든 중요한 인생의 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에서 영어공부 및 기타 준비를 한 후에 다시 돌아오자는 엉성한 계획을 세웠고 그전에 일단 여행부터 하기로 했다.

퍼스에 1년 동안 있으면서 제대로 된 여행 한번 못해보고 일만 해왔던 우리에게는 꿈 같은 휴식이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고 마음 고생할 일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이왕 고생할거 미리 머리 아파하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더 신나고 마음 편하게 놀았던 것 같다.

그렇게 짧은 휴가가 끝이 나고 우리는 1년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되었다. 도착하자 마자 우리는 강남에 유명하다는 모 영어학원의 IELT S 준비반 수업을 등록했다. 실력을 기준으로 여러 반이 있었는데 우리는 일단 기본반에 들어갔다. 사실 남편은 영어공부에 담쌓고 살았던 사람으로 누가 봐도 기초반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남편은 무조건 나와 같은 반으로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내가 옆에서 도와주면서 같이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같은 반으로 등록했고 인천에서 강남까지 멀기도 먼 통학을 하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5일, 하루에 4시간 수업…… 빼곡히 짜인 커리큘럼에 매일 내주는 숙제, 쪽지시험 등 물밀듯 밀려오는 공부의 파도에 남편은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휩쓸려 버렸다. 그때의 남편의 심정은 직접 듣지 못했지만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호기롭게 시작한 공부였는데 좌절부터 맛보게 되었으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멀리 강남까지 가서 수업을 듣고 또 긴버스여행 후 집에 돌아와서 숙제하고 공부하고 영어 단어암기하고, 아무런 준비운동도 하지 않았던 남편에게는 의지와 열정만으로는 버거운 일이었다. 안되겠다 싶었던 나는 다시 시작할 것을 권유했고 일단 그 학원은 한달 만 다니고 그만두었다. 아예 처음부터 영어에 대한 기초를 잡아야 했던 남편은 강남보다는 좀 더 가까운 IELT S 전문 학원으로 옮겼고, 수업 일정은 일주일에 3일 정도로 그 강도를 줄였다. 대신 그 사이 사이에 자습하는 시간을 늘였다. 그리고 틈틈이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이해가 될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들었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던 나는 남편 혼자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남편을 설득해 각자 공부했다. 사실 나에게 요구된 영어 점수는 높은 편이 아니었기에 빨리 점수를 만든 후 일을 구했다. 그렇게 나는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고 남편은 집, 독서실, 학원을 옮겨가며 공부를 했다. 절대 공부에 취미를 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남편은 처음보다 의자에 앉은 엉덩이가 무거워졌다. 그렇게 서서히 공부하는 버릇을 들여갔다. IELT S 전문학원에서 어느 정도 영어의 기초와 시험에 대한 이해를 쌓고 나서 본격적으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남편은 학원을 끊고 인터넷 강의와 화상 과외에 전념하기로 했다.

영어 말하기 습관을 위해 영국문화원 산하 어학원의 수업도 들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 되겠지 하던 생각의 고리를 끊고 6점을 얻기 위해 전투적으로 전략적으로 계획을 짜며 학원을 옮기고, 공부하는 스타일을 바꾸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손이 붓도록 필기를 하고 에세이를 써나갔다. 남편은 영어 공부를 시작한지 9개월째 되는 때 첫 시험을 보았다. 점수는 듣기 4.5점, 읽기 5점, 쓰기 3.5점, 말하기 5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진짜 시험공부는 시작되었고 남편은 결국 총 13번의 시험을 보고 원하는 점수를 얻었다. 시간은 대략 2년, 시험비만 300만원 (시험비용은 무려 22만5천원이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했던 남편이 IELT S 제너럴 밴드 6점을 받기 위해서 시간, 노력, 돈, 이 세가지 모두 빠짐없이 골고루 필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력이라는 단어로만 표현할 수 없는 인내심과 성실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생 없던 간절한 꿈이 생겼고 그에 따른 목표가 생겼다. 남편은 종종 공부하던 때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꼭 그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 그것 만으로 모든 노력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남편이 고맙고 존경스럽다.

글| 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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